[다시 간다]주인 못 찾는 ‘도로 위 흉기’ 지금도 질주

2022-07-12 178



[앵커]
방금 보신 사례 같은 판스프링 사고 피해가 적지 않은데, 사고 원인을 제공한 화물차 차량이나 운전자는 수년째 못 찾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피해자들은 호소할 데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국도 1차선을 달리는 차량.

갑자기 무언가 날아와 앞 유리에 부딪힙니다.

차를 세우고 보니 앞유리에 길게 구멍이 났고, 조수석은 머리받침대 가죽이 찢어졌습니다.

맞은 편 도로에서 날아온 판스프링이 앞유리를 뚫고 들어온 사고였습니다.

[피해자]
"가족이나 동료가 타고 있었으면 진짜 끔찍한 상황이 일어나는 거죠.머리받침대 쇠붙이가 휘어질 정도의 충격이니까."

차량이 부서지고 하마터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 했지만 사고 2년 가까이 되도록 가해 차량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판스프링이 어느 차량에서 나온 건지 찾을 수 없었어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정말 찾을 수 없는 사고구나."

판스프링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주로 화물차에 쓰입니다.

지난 2018년 고속도로를 달리던 30대 운전자는 앞유리를 뚫고 들어온 판스프링에 가슴을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고 역시 4년이 지났지만 가해 차량을 찾지 못했습니다.

[판스프링 사고 사망자 유족]
"정말 별짓을 다했어요. 그런데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판스프링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나간 뒤 주행 중인 타이어에 튕기면서 사고를 낸다는 겁니다.

또 적재량을 늘리려고 화물칸을 불법 개조할 때 지지대로 썼던 판스프링이 튕겨져 나왔을 가능성에도 주목합니다.

화물차가 많이 오가는 충북 음성휴게소인데요.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판스프링을 덧대거나 불법으로 개조한 차량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단속 시작 10분 만에 4.5톤 화물차가 적발됩니다.

화물칸 뒤쪽 문짝을 펼쳐서 적재 공간을 넓힌 뒤, 무게를 지탱하려고 판스프링을 밑에 끼워놨습니다.

[김광환 /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차장]
"판스프링을 재사용한 거거든요. 더 실을 수 있으니까 판스프링을 이용하는 거죠. 이게 떨어졌을 땐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부는 이런 불법 개조 차량을 잡아내기 위해 고속도로 CCTV와 드론 수집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요금소나 휴게소에서의 현장 단속을 대체할 수준은 아닙니다.

자동차 수리점엔 판스프링이 부러진 상태로 겨우 붙어있는 차량이 정비를 기다립니다.

[자동차 수리점 관계자]
"운전자들이 잘 모르고 운행한다는 게 큰 문제예요. 이게 도로에 떨어져서 차 바퀴에 밟히면서 날아가면 흉기로 변하는 거죠."

고속도로에서 낙하물 때문에 발생한 사고는 지난 5년간 200건 가까이 됩니다.

운전자들은 어디서 날아들지 모를 도로의 흉기에 노출돼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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